매일이 별일이고 따뜻했던 그해 겨울의 끝 무렵
선배가 사라졌다
나의 무엇이 선배를 떠나게 만든 걸까
내가 뭘 잘못한 걸까
왜 나는 그토록 오랫동안 나의 잘못이라고만 생각했을까
해원 - 언니도 알아요? 자기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?
모르겠지. 몰라야 같이 살지.
근데 다 아는 이사님은 어떻게 그래요? 그 모든 걸 다 잊고
좋은 남편으로, 가장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거
그건 오만이에요? 아니면 착각이에요?
현성 - 한마디만 더 해 봐요.
해원 - 다 했어요. 불행한 사람끼리 싸우는 거 우습잖아.
현성 - 날 얼마나 안다고 내 불행을 멋대로 판단합니까?
해원 - 아니면 말고.
해원 - 가끔은 아픈 게 좋을 때도 있어요.
밤에 갑자기 잠에서 깼을 때요. 가끔 그런 적 있지 않아요?
팔다리가 뻗뻗하게 굳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여기가 어딘가 난 이미 죽은 게 아닌가 싶을 때.
선우 - 그게 류머티스 관절염 증상입니다.
해원 - 그럴 때 갑자기 통증이 빡 느껴지면
‘아, 난 살아 있구나’ 하면서 숨이 쉬어져요. 그럴 때 약간 쾌감...
선우 - 아, 아픈 걸 즐기는 건 미련한 거고요.
해원 - 그렇죠. 제가 미련하긴 하죠.
제가 좀 미련하긴 한데 남들이 아픈 걸 즐길 만큼 몹쓸 사람은 아니에요.
‘저 꼭 행복할 거예요’ 라더니.....😭😭😭
구해원은 어디까지가 목적을 위한 연기고, 또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인물.
다 거짓말 같지만, 한편으로는 다 진심인 것 같아서 연민하게 된다.
어쩌면 전부 잊고 보란듯이 잘 살아가는 게 최고의 복수인 것 같지만,
고통으로 삶을 감각한다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것 같다.
그저 모든 여정을 끝마친 해원에게도 돌아갈 곳이 남아있기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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